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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

홍순영, 기울어지는 세계

by Danao 2019.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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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똑바로 서 있다고 서 있는데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니
그게 또 조금 안심이 됩니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난간까지 잡았는데
한 발 내딛다 기우뚱,
그게 꼭 내 탓만은 아니라니

지구가 태양 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 있다는데
제가 기울지 않을 재간 있나요

그러고 보니 계절의 입구와 출구가
다 아귀가 맞진 않습니다
조금씩 어긋난 틈에서 나는 소리에 소심해졌는데
다행입니다

당신이 나를 삐딱하게 본대도
이젠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아요
우린 모두 조금씩 기울어져 있다니까요
나는 오른쪽으로 10도 경사져 있습니다
당신은 왼쪽으로 조금 기울어져 있네요
다행입니다 다행이에요
누구도 기울어지지 않은 삶을 살 수 없다니

그냥 그렇게 살아야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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