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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

홍영철, 너에게로 가는 층계

by Danao 2019.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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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해 겨울에는 참 많은 눈이 내렸다. 빼곡히 들어박힌 낡은 집들 사이로 뻗어난 골목길 가장자리에는 높다랗게 눈이 쌓여 간신히 앞으로 걸어 나갈 수가 있었다. 미끄러지지 말아야지, 그렇게 잔뜩 긴장하며 조심조심 어둡고 고요한 그 골목길을 헤쳐갔다. 문득 등 뒤의 기다란 전신주 목덜미에 매달린 고장난 방범등이 켜지기라도 하면 누가 몰래 그림자를 밟아오는 것 같아 움찔 놀라야 했다.

2
너에게로 가는 층계는 가파르고 좁았다. 많은 사람들이 잠에 빠져 있을 늦은 시각, 너를 찾아 끝없는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발소리를 죽이며 또 죽이며 살그머니 걸음을 옮겨놓아야 했다. 왜 그랬을까. 알 수가 없었으나 밤이면 너를 찾아 좁고 가파른 층계를 올라가야 했다. 그러나 네가 없는 풍경을 더 많이 바라봐야 했다. 그 쓸쓸한 가슴을 들고서 하얀 입김을 날리며 돌아서야 했다. 왜 그랬을까, 엄청나게 많은 겨울밤을, 돌아서 걸어 나오는 옆구리에서 간혹 심심한 개가 짖기도 했다.

3
날이 풀려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날의 밤에는 골목길이 온통 진흙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발목까지 빠져드는 길고 습한 골목길을 걸어 나갔다. 점점 무거워져 오는 발을 천천히 내디디면서 넘어지지 말아야지, 그렇게 마음졸이며 걸어 나갔다. 아직도 등 뒤에는 고장 난 방범등이 때때로 껌벅거리고 있었다. 훈훈한 바람이 쌓인 눈과 얼어붙은 수도꼭지를 모두 녹이는 날에도 너는 자주 없었다. 너에게로 가는 길은 참으로 고단하고 아픈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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