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

김경주,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Danao 2019. 2. 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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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우주에 오면 위험하다 

나는 네게 내 빵을 들켰다 


기껏해야 생은 자기 피를 어슬렁거리다 가는 것이다 


한겨울 얼어붙은 어미의 젖꼭지를 물고 늘어지며 

눈동자에 살이 천천히 오르고 있는 늑대 

엄마 왜 우리는 자꾸 이승에서 희박해져가요 

내가 태어날 때 나는 너를 핥아주었단다 

사랑하는 그녀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싶은걸요 

네 음모로 네가 죽을 수도 있는 게 삶이란다 

눈이 쏟아지면 앞발을 들어 

인간의 방문을 수없이 두드리다가 

아버지와 나는 같은 곳에 똥을 누게 되었단다 

너와 누이들을 이곳에 물어 나르는데 

우리는 30년 동안 침을 흘렸다 그사이 

아버지는 인간 곁에 가기 위해 발이 두 개나 잘려 나갔단다 

엄마 내 우주는 끙끙 앓아요 

매일 발소리 하나 내지 않고 

그녀의 창문을 서성거리는 걸요 

길 위에 피를 흘리고 다니지 마라 

사람들은 네 피를 보고 발소리를 더 죽일 거다 

알아요 이제 저는 불빛을 보고 달려들지 않는걸요 

자기 이빨 부딪치는 소리에 잠이 깨는 짐승은 

너뿐이 아니란다 


얘야, 네가 다 자라면 나는 네 곁에서 길을 잃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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