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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

박준, 나의 사인(死因)은 너와 같았으면 한다

by Danao 2018.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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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들은 이미 밤을 넘어선 부분이 있다 잠결이 아니라도나는 너와 사인(死因)이 같았으면 한다

이곳에서 당신의 새벽을 추모하는 방식은 두 번 다시 새벽과 마주하지 않거나 그 마주침을 어떻게 그만두어야 할까 고민하다 잠이 드는 것

요와 홑청 이불 사이에 헤어 드라이어의 더운 바람을 틀어놓으면 눅눅한 가슴을 가진 네가 그립다가 살 만했던광장(廣場)의 한때는 역시 우리의 본적과 사이가 멀었다는 생각이 들고

나는 냉장고의 온도를 강냉으로 돌리고 그 방에서 살아나왔다

내가 번듯한 날들을 모르는 것처럼 이 버튼을 돌릴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서 맥주나 음료수를 넣어두고 왜 차가워지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의 낯빛을 여관의 방들은 곧잘 하고 있다

“다시 와, 가기만 하고 안 오면 안 돼"라고 말하던 여자의질긴 음성은 늘 내 곁에 내근(內勤)하는 것이어서 

나는 낯선 방들에서도 금세 잠드는 버릇이 있고 매번 같은 꿈을 꿀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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