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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기별이 없는 당신을 생각하면 낮고 좁은 책꽂이에 꽂혀 있는 울음이 먼저 걸어나오더군요
그러고는 바쁜 걸음으로 어느 네거리를 지나 한 시절 제가 좋아한 여선배의 입속에도 머물다가 마른 저수지와 강을 건너 흙빛 선연한 남쪽 땅으로 가더군요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 땅 황토라 하면 알 굵은 육쪽마늘이며 편지지지처럼 잎이 희고 넓은 겨울 배추를 자라게 하는 곳이지요 아리고 맵고 순하고 여린 것들을 불평 하나 없이 안아주는 곳 말입니다
해서 그쯤 가면 사람의 울음이나 사람의 서러움이나 사람의 분노나 사람의 슬픔 같은 것들을 계속 사람의 가슴에 묻어두기가 무안해졌던 것이었는데요
땅 끝, 당신을 처음 만난 그곳으로 제가 자꾸 무엇들을 보내고 싶은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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