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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벤치에 홀로 앉아
손목시계 위의 시간을 읽는다
분침과 시침 사이에 펼쳐진 고요와
고요 아래 째깍거리는 소요를 헤아린다
빛과 어둠이 정확히 절반으로 갈라지는 오후
자라나는 애처럼
죽어가는 새처럼
나는 이상하게 말한다
나는 산책에서 상념을 지우고
길가의 낙엽더미에 왼손을 묻었다
내가 죽기 전에 미리 죽은 손
이라 말한다면 이상하겠지
내가 그녀에게 입 맞췄을 때
그녀의 머리는 동그랗게 부풀어 올랐다
그녀의 입이 내 입안에 향기 좋은 휘파람을 불었다
나는 생각했다
그녀의 생각이 신기한 계절로 흐르나 보다
공원 벤치에 홀로 앉아
이상한 말들을 중얼대는 오후다
몇 시인가 시계를 들여다보니
고요와 소요가 정확히 반으로 나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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