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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

박준, 그해 봄에

by Danao 2019.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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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손목을 깊게 그은 

당신과 마주 앉아 통닭을 먹는다 



당신이 입가를 닦을 때마다 

소매 사이로 검고 붉은 테가 내비친다 



당신 집에는 

물 대신 술이 있고 

봄 대신 밤이 있고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 대신 내가 있다 



한참이나 말이 없던 내가 

처음 던진 질문은 

왜 봄에 죽으려 했느냐는 것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던 당신이 

내게 고개를 돌려 

그럼 겨울에 죽을 것이냐며 웃었다 



마음만으로는 될 수도 없고 

꼭 내 마음 같지도 않은 일들이 

봄에는 널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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