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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기능

by Danao 2018.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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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시는 살면서 죽을 수 있는 꿈을 꾸게 하는 것, 죽을 수 있는 기회이다. 실제로 나의 내부에는 어디에도 내놓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사랑이 그렇고, 삶이 그렇다. 이런 것들을 마음 밖으로 꺼내는 일은 내가 죽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나는 내 안에 그러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 때도 있다. 대개 이러한 때에는 글에 대한 갈증이 자란다. 여기서 시의 기능, 문학의 기능을 떠올리게 된다.

사회적인 문제들은 어느 정도 연대와 협력이 가능한 문제들이다. 그러나 개인의 문제는 실제로 각자가 비슷한 문제들을 안고 살면서도 그런 것들을 상대와 마주 앉아 담론화하지 않는다. 이처럼 개인의 문제는 누구에게나 있으면서도 연대와 협력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것들의 사이에 다리를 놓아 연대와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시다. 개인의 사정을 표현하기 위해 마련한 특별한 세계에서 개인은 모인다. 그리고 그곳을 공감의 장으로 활용하거나 통곡의 장으로 활용한다.

그러므로 나의 글들이 자위적인 것에서 누군가가 읽는 것으로 전파될 때 나는 개인적인 문제들에서도 연대와 협력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자꾸만 읽고 읽히고 싶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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