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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은 편지봉투 같아서
그대가 훅 불면 하얀 속이 다 보이지
방을 얻고 도배를 하고
주인에게 주소를 적어 와서
그 주소로 편지를 보내는 거야
소꿉장난 같은 살림살이를 들이는 사이
우체부 아저씨가 우리를 부르면
봉숭아 씨처럼 달려나가는 거야
우리가, 같은 주소를 갖고 있구나
전자레인지 속 빵봉지처럼
따뜻하게 부풀어 오르는 우리의 사랑
내 가슴은 포도밭 종이봉지야
그대 슬픔마저 알알이 여물 수 있지
그대 눈물의 향을 마시며 나는 바래어가도 좋아
우표를 붙이지 않아도 그대 그늘에 다가갈 수 있는
내 사랑은 포도밭 종이봉지야
그대의 온몸에, 내 기쁨을
주렁주렁 매달고 가을로 갈 거야
긴 장마를 건너 햇살 눈부신 가을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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