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막에서도 불 곁에서도
늘 가장 건장한 바람을, 한끝은
쓸쓸해 하는 내 귀는 생각하겠지.
생각하겠지 하늘은
곧고 강인한 꿈의 안팎에서
약점으로 내리는 비와 안개,
거듭 동냥 떠나는 새벽 거지를.
심술궂기도 익살도 여간 무서운
망자(亡者)들의 눈초리를 가리기 위해
밤 영창(映窓)의 해진 구멍으로 가져가는
확신과 열애(熱愛)의 손의 운행을.
알겠지 그대
꿈속의 아씨를 좇는 제 바람에 걸려 넘어져
종골(腫骨) 뼈가 부은 발뿐인 사람아, 왜
내가 바오로서원의 문 유리 속을 휘청대며 걸어가는지를
한동안 일어서면서 기리 눕는
그대들의 화환과 장식의 계획에도
틈틈이 마주 잡는 내
항상 별미(別味)인 대접(待接)을.
하여, 나는
세월을 패물처럼 옷깃에 달기 위해
떠나려는 정령(精靈)을 마중 가리.
부족으로 끼룩대는 속을 공복을
대해어류(大海魚類) 등의 접시로도 메꾸고
관(冠)을 쓴 꿈으로도 출렁거리며
가리 체중 있는 그림자는 무등 태우고.
2
지금은 율동의 방법만을 생각하는 때,
생각은 없고 움직임이 온통
춤의 풍미(風味)에 몰입하는
영혼은 밝은 색채이며 대공(大空)일 때!
넘쳐 오는 웃음은
……나그네인가
웃음은 나그네인가, 왜냐하면
고도(孤島) 세인트 헬레나 등지로 흘러가는 영웅의
영광을 나는 허리에 띠고
왕국도 정열도 빌고 있으니. 아니 왜냐하면
비틀거림도 나그네도 향그러이 드는
고향 하늘 큰 입성(入城)의 때인
저 낱낱 찰나 딴딴한 발정(發情)!
영혼의 집일 뿐만 아니라 향유(香油)에
젖는 살은 반신(半身)임을 벗으며 원앙금을 덮느니.
낳아, 그래, 낳아라 거듭
자유를 지키는 천사들의 오직 생동(生動)인 불칼을 쥐고
바람의 핵심에서 놀고 있거라
별 하나 나 하나의 점술(占術)을 따라
먼지도 칠보(七寶)도 손 사이에 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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