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Fe)생일을 축하합니다.”
원소기호 26번인 철(Fe)은 지구에서 가장 많은 금속 광물이다. 사용하는 금속의 90%이상을 차지하며, 생활을 지탱하는 중심적 역할을 하는 금속 원소 철(Fe). 한마디로 철은 인류 문명의 핵심적 위치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내 나이가 철(Fe)의 번호를 지나고 있으니 이쯤에서 삶의 중심적 역할을 할지도 모를 지금을 살펴본다. 철의 나이에는 본능적으로 앞으로 삶을 지탱할만한 중심축을 마련해야 할 것만 같은 부채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미 중심축을 마련했는지, 아님 마련하는 과정에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쉽게 답을 할 수가 없다.
좀전까지도 나는 여유가 없었다. 이따금 물리적 시간은 있었을지라도 심리는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난 여행에서도 돌아와야 할 일상을 계획했다. 여행을 가기도 전부터 돌아올 티켓을 예매하고 일정을 조정했다. 여행에서도 나는 ‘해야 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해야 하는 것’은 내가 내게 준 숙제같은 것이다. 내가 낸 숙제마저 해내지 못한다면 나는 어떤 결과도 어떤 성과도 거둘 수 없다. 이것은 철의 나이가 오기 전에 중심축을 마련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시작된 것이리라.
그렇지만 이제라도 변두리 길을 걸으며 여유를 배우고 있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선은 못 되어도 해안길을 걸으며 주변을 보는 여유를 익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해안선이 있었나 하고 놀란다. 바삭거리는 햇볕을 쬔다. 숫자로 배운 계절의 변화를 하늘의 색감으로 느낀다. 살아보니 별 거 없더라는 말을 하며 행복감을 느낀다.
이제 보니 철을 생산하는 제철소 불가마가 떠오른다. 용광로에서 걺붉게 녹은 철의 모습은 지금껏 인식한 단단하고 변하지 않는 속성에서 부드러움과 역동성으로 번져 나간다.
어떤 모습도 될 수 있는 상태로 철을 기억한다. 멈춰 있기보다 움직이며 역동적인 모습으로 철(fe) 생일은 지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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