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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

이재연, 너무 많은 여름

by Danao 2023.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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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해

바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작은 새가 바람과 별개가 아닌 여름의 다른 말이라고 생각하지 마

어디든 잠깐 앉았다 떠나는 새는 자유로울 거야

시작되었다 하면 끝나는 것이 여름이야

그동안의 여름은 여름도 아니야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마

그렇게 진행되어 온 거야

살아가는 일이 그래

새처럼 계절마다 다른 음계를 짚으며

우주라는 악보를 읽다가 연꽃은 홀로 천 개의 잎을 피어 올리는 거지만

사라져버린 커튼이 이유 없이 날리는 저택의 한여름 밤은

단물이 줄줄 흐르다가 뚝 그치는 과수원과 빗줄기 사이에서

파생하는 빛과 그늘의 협연이야

이번 생은 버려진 붉은 벽돌의 저택을

리모델링하는 꿈을 꾸다가 리조트로 달려가

완전한 휴가를 즐기는 것이라고는 말하지 마

이 여름이 끝날 무렵 비로소 휴가는 자유로울 거야

그걸 알았어 비가 멈추는 순간 은팔찌를

끼고 찰랑대다 여름 하고 눈을 감으면

입속에서 새가 나오는 것을 모르며 사는 것이

안녕이라는 거야

그것을 휘감고 부는 공중의 바람은 자연의 의지를 몰고 올 거야

이제 이런 여름은 시작해 불과해 아직

다 끝났다고는 생각하지 마

얌전히 뉴스를 관망해

그냥 지켜보다가 끝날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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