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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이별이 있을 땐
꽃을 무덤처럼 사는 버릇이 내겐 있다
압축된 문장처럼
슬픔을 허용하여 슬픔을 건너가는 방법으로,
어느 해 여름
데이지 꽃을 사들고 오후의 고개를 떨궜을 때
이제 좀 괜찮은 거니, 어느 목소리에 막혔던 울음이 쏟아진 일은
괜찮아서 그런 건지 괜찮아야 해서 그런 건지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슬픔은 자꾸 깨어나는 법
소설 속 혼자 밥 먹는 사람처럼
느닷없는 깨어나고 잠드는 날이 미래가 될 때
화병의 물을 갈아준 적이 있다
꽃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마치면
꽃잎마다에 하늘이 내려앉고 바람이 내려앉고 빗물이 내려앉은
얼룩에도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한 걸음을
앞으로 옮기려면
보려는 것보다 보이는 것을 보아야 한다는
한 시절의 희미한 문장으로
꽃에 가 닿으면
아득이란 말을 풀어내고 아뜩해지던 시간들이 풀려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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