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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

문태준, 검은모래해변에서

by Danao 2020.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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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에 오니

몸살이 난 듯

나는 내가 숨차다

 

파도는 나를 넘어간다

게으르고 느른한 나를

 

들판보다 거대한 파도는

전면적으로

나를 허물어뜨리고

 

나는 해변에 나를 펼쳐놓고

모래의 내면을 펼쳐놓고

 

여러 해가 되었군

격랑 아래 내면을 펼쳐놓은 지

 

해풍은 저 멀리서

매섭게 또 눈 뜨고

 

파도는 들고양이처럼

흰 이마를 길게 할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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